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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광고]브랜드 대신 러브마크 - 케빈 로버츠

영국의 거물급 광고 대행사인 ‘사치 & 사치Saatchi & Saatchi’의 총괄책임 고 경영자 케빈 로버츠는 “브랜딩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쇼핑몰, 거리 상점, 슈퍼마켓 어딜 가든 엇비슷한 기능과 품질의 상품들은 많다.

 

품질 면에서나 기능 면에서나 어지간히 규격화된 상품들 사이에 분류표처럼 붙은 브랜드 또는 트레이드마크들. 그러나 이 브랜드란 이제 구식 마케팅 전략에나 쓰이던 도구에 불과할 뿐, 정작 진열대에 잔뜩 늘어선 제품들 앞에서 어떤 제품을 고를까 고심하는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단지 이름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분야의 최첨병 브랜딩이 앞으로 가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러브마크Lovemarks’다. 케빈 로버츠는 지난 5월에 출간된 그의 저서 <러브마크: 미래의 브랜드(The Future Beyond Brands)>에서 선언한다. 

<러브마크: 미래의 브랜드>, 케빈 로버츠(사치 & 사치 CEO) 지음, 파워하우스 북스 펴냄, 뉴욕, 2004



러브마크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늘 중요하게 여기는 ‘기분(feeling)’이라는 개념과도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러브마크란 개념은 로버츠가 직접 창안한 마케팅 개념이다. 우리말로 흔히 ‘키스마크’로 번역되어 알려져 있는 이 단어는 짙은 키스를 한 다음 피부에 남은 멍자국 정도가 되겠다.

 

말하자면 상품을 지칭하는 브랜드 또는 트레이드마크는 이제 소비자의 마음에 사랑의 느낌을 각인시켜야 한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 같은 러브마크가 되어야 한다는 감성적인 마케팅 컨셉트를 한 단어로 응축한 셈이다. 지금까지 브랜드가 기업과 제품 생산자의 소유물이었다고 한다면, 러브마크는 소비자의 소유물이 된다. 일단 러브마크가 소비자의 사랑과 애정을 독차지하기만 하면 소비자는 세상 끝까지라도 달려가 반드시 그 제품을 구하려 들 것이다.

 

그 소비자들이 러브마크를 향해 표현하는 ‘충성도는 이성을 넘어선 것(Loyalty beyond reason)’이기 때문이다. 케빈 로버츠의 ‘러브마크 이론’은 통계 자료와 수치 결과에 의존하여 소비자들을 계층화된 몇몇 소비군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비즈니즈 마케팅 이론에 대한 전면적인 반박이며 최근 부각되고 있는 감성 마케팅 및 광고 전략의 세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 감성(emo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은 케빈 로버츠가 처음은 아니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항상 자기 기업의 가치, 부하·간부 직원들에 대한 ‘사랑’을 소리 높여 외쳤으며,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버트 켈러허 회장은 ‘열정’이야말로 기업 성공의 핵심 추진력이라고 역설했다. 


해가 거듭할수록 매출 실적 하락 곡선을 그리던 가운데 경영난에 봉착하기 시작한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 & 사치가 뉴질랜드 출신의 광고 마케팅 전문가 케빈 로버츠를 전 세계 총괄 최고 경영자로 임명한 해는 1997년. 그 후로 지금까지 7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치 & 사치는 자금 경리 장부 액수만도 66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재정 규모는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 상반기에 보고된 세입 보고서에 의하면 4백만 파운드(7백여 만 달러)의 흑자를 올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랑을 내세운 로버츠의 감성 마케팅 홍보력은 이미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발견되고 있어서, 은행이나 관공서들은 예전의 칙칙한 회색빛 벽 대신에 친밀감 드는 파스텔톤 인테리어로 개조한 지 오래며, 크리스피 크렘Krispy Kreme 커피 도넛 체인점 같은 대중 음료업체들은 대대적인 오프닝 행사를 기획하여 일명 소비자들의 ‘구두 선전(word-of-mouth advertisement)’ 효과를 잔뜩 노리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코카콜라, 로모 카메라, 도요타 자동차 등이 이런 대표적인 예로 등장하고 있듯이, 로버츠는 개인적으로도 제품에 열광적인 애정을 지닌 구매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 구두 선전 효과를 철저하게 신뢰하는 ‘워드-오브-마우스word-of-mouth 선전’의 열성팬이다. 

 
책의 한 장(Chapter)이 끝나는 부분에는 독자들에게 미션을 제공하고 있다.



건장한 체구에 검은색 일색의 캐주얼한 옷차림을 한 채 전 세계 사치 & 사치 사무실과 대학 강의실(로버츠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 대학 경영학과에 출강한다) 및 강연회에 등장하는 그는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비즈니스 세계로 뛰어든 자수성가 광고인이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런던 패션계의 큰 별이었던 매리 콴트Mary Quant의 브랜드 매니저로 첫발을 내딛었던 1969년도를 회상하면서 그는 이 책의 서두를 전개한다. 이후 P&G 중동 사무실, 펩시콜라 캐다나 사무실, 그리고 펩시콜라 뉴질랜드 및 아시아 태평양 총책임직을 거치는 동안, 소비자와 상품 간의 감성적 관계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의 러브마크론으로 밀어붙여 성공한 광고 전략들은 도요타 자동차와 P&G 같은 거물급 기업들뿐만 이 아니다. 제네럴 밀즈 사의 시리얼 브랜드 치리오Cheerio’s의 매출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사치 & 사치 광고 스폿들은 칸 광고제에서도 예술적 우수성까지 인정받고 있을 만큼 러브마크론의 막강한 효력이 발휘되고 있다. 


비즈니스계에 그 흔하다는 MBA 출신도 아니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동기 부여와 리더십을 전파하고 있는 로버츠의 감성 위주의 마케팅, 광고가 반드시 지녀야 할 요건은 다음의 3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신비로울 것(mysterious), 감각적일 것(sensual), 그리고 친밀감을 줄 것(intimate).


이 3가지 키워드를 상품에 반영시켜 성공한 제품의 예는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한 나이키의 광고 전략은 로고 디자인의 새 장을 연 케이스이며, 애플 ‘i 시리즈’ 컴퓨터는 소수의 완강하고 충직한 소비자들의 감성을 적절하게 건드려 성공한 니치 상품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는다.

 

끝으로 저자가 선정한 25대 톱 러브마크들을 한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아마존 온라인 서점, 애플 컴퓨터, 바디샵, CNN 방송, 코카콜라, 디즈니, 다이슨, 이베이 온라인 경매소, 구글 인터넷 서치 엔진, 할리데이비슨, 레고, 리바이스, 맥도날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단, 넬슨 만델라, 나이키, 닌텐도, 노키아, 팸퍼스 종이 기저귀, 적십자, 스와치, 도요타 자동차, 베스파, 버진. 하지만 소비자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오래 가슴에 남는 러브마크는 정의와 신념의 대명사가 된 남아공의 역사적 영웅 지도자 넬슨 만델라처럼 반드시 상품이 아닐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면, 러브마크론은 상품과 인간 간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인간 간의 의사소통에도 응용될 수 있는 컨셉트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러브마크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브랜드와 러브마크의 개념적 차이 대조표>

                                          브랜드 ⇒ 러브마크 
                                             정보 ⇒ 관계 
                                 소비자 인식도 ⇒ 대중의 사랑 
                                    보편 일반적 ⇒ 개인적 
                                        내러티브 ⇒ 러브 스토리 
                                       품질 약속 ⇒ 감성 제안 
                                           상징적 ⇒ 아이콘적 
                                           규정적 ⇒ 신념 고취적 
                                           단정조 ⇒ 이야기조 
                                    명확한 정체 ⇒ 신비적 
                                 가치관 지향적 ⇒ 정신, 영혼지향적 
                                           직업적 ⇒ 열정적 창조성 
                                 광고 대행업체 ⇒ 아이디어 회사 


..기사출처: 디자인하우스(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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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미래, 러브마크 / 케빈 로버츠 저

 

최고의 브랜드는 두 가지 중요한 시험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이겨 내야 합니다.

첫 번째 시험은 상점 판매대에서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구매할지 선택하는 순간에 찾아옵니다.
두 번째 시험은 소비자가 집에서 그 브랜드를 기분 좋게 사용하는지의 여부입니다.
- A. G. 래플리, P&G 회장의 서문 中에서

 

 

이 책은 사치&사치(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오늘날에는 스스로들 아이디어 회사라고 정의한다)의

CEO인 케빈 로버츠가 저술한 책으로, 여기서 ‘러브마크’란 브랜드의 더욱 진화된 형태를 의미한다.

 

러브마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브랜드에 대해 생각해 보자.

브랜드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 제품은 그저 제품이었을 것이다.

마치 옛날 산골마을에서 이가네 둘째 딸, 박가네 셋째 아들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그래서 굳이 이름이 필요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 수가 늘어나서일까 어쨌든 성 말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제 홍길동이라고 하면 수많은 홍가네 아들 중에서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름 석 자뿐 아니라 그 녀석이 고약한 녀석인지, 착한 녀석인지도 함께 떠오르면서 말이다.

 

브랜드의 개념이 등장한 것도 아마 이와 유사할 것이다.

비슷비슷한 제품이 넘쳐 나기 시작하고, 그저 제품의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음료수를 사오라는 부탁을 받을 때, 토마토 주스를 사야 할지, 아니면 생수를 골라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지 않는가) 그래서 브랜드가 등장했을 것이다.

 

브랜드라 하면 흔히 베르사체, 렉서스 등 제품의 명칭을 떠올린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미국 마케팅 학회의 정의는 좀 더 복잡하다.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자와 구별해서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칭, 용어, 상징, 디자인 혹은 그의 결합체’가 그들이 내린 브랜드의 정의이다.

 

이 정의는 다음의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브랜드는 브랜드명뿐 아니라 표현·상징물·디자인 등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CI작업을 통해 디자인과 상징물 등에도 관심을 갖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브랜드는 특정 기업이 자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경쟁자로부터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브랜드는 자사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부터 구별(법률상의 보호를 포함)하는 기능과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기업의 입장만을 나타내고 있어 소비자의 입장이 빠져 있다.

브랜드는 기업의 제품 차별화의 수단일 뿐더러 소비자가 제품을 인식하고 또한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마케팅 학회의 정의는 아마도 소비자의 발언권이 지금과 같이 크지 않을 때 내려진 것이므로 이러한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는 명칭에 그치지 않는다.  모양, 냄새, 소리 그리고 색에까지 눈을 돌린다.

1994년 할리 데이비슨은 "부릉~부릉~"하는 자사의 V-2기통 엔진 배기음의 상표 등록을 시도한다.

'미국 국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오토바이 마니아라면 누구나 이 엔진 소리를 구분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였다.  경쟁업체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 섹시한 엔진 소리가 중년의 바이크 족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년간의 투쟁 끝에 결국 할리 데이비슨이 포기했다. 하지만 부사장의 말이 걸작이다.

"고객들이 그 소리를 모방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준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브랜드와 러브마크의 차이

저자가 브랜드의 진화모델로 러브마크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브랜드와 러브마크에 대한 차이부터 알 필요가 있다.

브랜드와 러브마크의 차이는 사랑의 정도에 있다.

 

저자는 존경(respect)과 사랑(love)을 두 개의 축으로 하여 4개의 분면을 만들었다.

낮은 존경과 낮은 사랑은 일용품(commodities), 낮은 존경과 높은 사랑은 유행(fads), 높은 존경과 낮은 사랑은 브랜드(brands), 그리고 높은 존경과 높은 사랑이 러브마크(lovemarks)라고 정의했다.

 

존경하고는 있지만 사랑스럽지는 않다. 이는 이성적으로는 작동하지만 감성적으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래서 브랜드에서 러브마크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감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감성이란 무엇인가. 이성과 감성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성과 감성의 근본적인 차이는 이성은 결론을 낳는 데 반해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는 점이다.

실제 제품을 구매할 때에도 그렇다.  처음에는 제품의 기능은 뭔지, 왜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감성이다. “나는 이게 더 좋아, 마음에 들어”

사실 사랑한다, 마음에 든다는 것은 계량화하기 어렵다.

 

티핑 포인트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말을 인용해 보자.

"대개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해 품는 충성심은 그 원인을 파악하거나 계량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 브랜드의 속성을 파악하고 탐지하려는 시도가 실수일 수 있습니다.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자신도 모르는데, 남들도 모를 수밖에요. 그냥 그런 마음이 드는 겁니다."

 

감성에도 종류가 있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놀람, 혐오감…… 이런 것들을 1차 감성이라고 한다.  이들은 단순하고 격렬하며 통제할 수 없다. 이들은 주로 혼자 있을 때 느낀다.

반면 사랑, 죄의식, 수치, 자존심, 선망, 질투 등은 누군가 곁에 있을 때 나타나는 감성들이다.  2차 감성이라고 하는 이들이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이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사랑이다.

저자가 존경의 축 외에 사랑의 축을 가져간 것도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최적의 감성"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러브마크, 할리데이비슨

대표적인 러브마크 중의 하나가 할리 데이비슨이다.

오늘날 많은 할리族은 자기 몸에 할리 데이비슨 문신을 새길 정도로 절대적인 브랜드 로열티를 보이고 있다.  그들 중 45만명 이상은 1,000개가 넘는 할리모임에 소속되어 있으며 격월로 소식지를 받는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그들만의 사이트(www.hog.com)를 개설했다.  그 안에서 각종 정보가 교환되고,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 글을 올리는 사람들 모두 강한 프라이드를 느낀다.

 

오늘날 할리 데이비슨은 오토바이 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경험이고 태도이며, 생활 습관인 동시에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많은 오토바이족들이 할리의 브랜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있다.  광대한 대평원의 길위에 놓여 있는 할리 데이비슨은 그들이 추구하는 어떤 이상을 표현해 준다.

 

할리 데이비슨사는 모터사이클 구입을 원하지 않는 고객도 자사의 브랜드 컨셉인 자유, 독립, 파워의 이미지를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86년 오토바이 전문의류인 「Harley Davidson Motorclothes」라는 의류 사업에 진출한다.  이후 셔츠, 블루진, 유아 의류, 여성용 패션까지 아이템을 확장한다.  동시에 수백 종의 상품에 ‘Harley Davidson’의 로고를 라이선스하기 시작했다.  이외에 맨해튼에 테마 카페인 ‘Harley Davidson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로레알 향수, 한정 수량의 바비(Barbie)인형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레버리지를 수행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파는 기업에서 할리 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변모해 나아간 것이다.

 

 

뉴 코크의 실패는 코카콜라가 러브마크라는 반증

브랜드는 기업의 것이지만 러브마크는 소비자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코카콜라의 뉴코크 론칭 실패사례는 역으로 코카콜라가 러브마크임을 증명한다.

 

85년 4월, 코카콜라는 기존 콜라보다 좀 더 달고 부드러운 신제품 뉴 코크(New Coke)를 출시한다.

이런 획기적인 결정을 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콜라시장에서 만년 2위에 머물던 펩시가 80년대 초반부터 ‘펩시 챌린지’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해 온 것이다. (386세대라면 눈가리개를 벗고 ‘어 펩시~’하며 놀라는 TV CF를 기억할 것이다).  그 결과 84년 슈퍼마켓 시장점유율에서 펩시가 코카보다 2%나 앞서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코카가 선택한 것이 신제품 출시였다.  일 년에 마케팅 비용만 16억 달러를 쓰는 기업답게 출시를 앞두고 교과서적인 접근을 택했다.

2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제품에 대한 맛 테스트를 실시한 것이다.  브랜드명을 모르는 상태에서 맛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60%가 기존 제품보다 신제품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52%는 펩시콜라 보다 더 맛있다고 평가했다.

조사결과에 확신을 가진 코카는 자신있게 신제품 출시 캠페인을 벌렸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어이없게도 시장에서의 매출은 테스트 결과에서 나타난 순위와는 정반대로 코카콜라 클래식, 펩시, 뉴 코크 순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사람들은 상표를 보고 기대한 대로의 맛을 느끼는 것이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기존제품을 거두어들이는 동안 수천통의 항의 전화와 편지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심지어 옛날의 코카콜라를 다시 내놓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실제 텍사스의 산 안토니오에서는 한 지역 주민이 동네 탄산음료 제조업체에 차를 몰고 '진짜' 코카콜라를 1,000달러어치 사는 일도 있었다.

 

코카콜라는 메시지를 알아챘다.  이 거대기업이 분노에 찬 소비자의 물결에 놀라 다시 원래의 재료로 돌아가는 데는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코카콜라는 러브마크가 소비자들의 소유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어떻게 러브마크를 만들 것인가

이제 우리는 러브마크가 브랜드와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며, 브랜드 중에서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음 차례는 어떻게 러브마크를 만드는가 이다. 저자는 신비감, 감각, 친밀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서양 조크 중에서 권태기에 빠진 남편에게 카운셀링하는 정신과 의사 이야기가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지금 내 옆에 있는 여자는 내 아내가 아니야” 라는 주문을 외우라는 것이다.  오래 살다보니 신비감이 없어지고, 이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서 쓰는 작전 중의 하나라고 한다.

 

어쨌든 신비감은 감성의 문을 활짝 연다.

신비감이야말로 이성을 뛰어 넘는 충성도를 이끌어 내는 핵심요소이다.

 

감각은 인간의 감성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직접적이고 도발적이며 즉각적이다. 기업마다 고유의 칼라가 있다. 인텔의 "딴딴딴딴"하는 징글처럼 고유의 소리도 있다. 이와 함께 미각, 후각도 앞으로 개발시켜야 한다.

 

친밀감은 너와 내가 같은 편이다라는 의식에서 나온다.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가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친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나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과 인간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도록 돕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성숙해지면, 1분에 50번의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지요……"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다.

친밀감을 분해해 보면 공감, 헌신, 열정이 된다. 공감을 통해 서로의 감성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다. 헌신은 장기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요소이다. 열정이라는 스파크는 관계를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다.

 

저자는 러브마크를 강조하며, 브랜드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은 파워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장수하는 인기 브랜드의 속성은 무엇인가.  이는 소비자들과 감성적으로 연결된 브랜드, 그리고 소비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이다.

브랜드에서 러브마크로 진화해야 할 당위성,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본문에는 다양한 사례가 수록되어 있다. 차분히 읽어 보면 여러분의 것으로 소화할 만한 것들도 꽤 많이 발견될 것이다.